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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안회남 선집> 감상 후기

<안회남 선집>을 읽었다. 지난번에는 <파묘>만 읽었지만 이번에는 쭉 정독했다.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작가시더라. 19세기 초에 한창 일제강점기였다 광복 이후까지 겪은. 그래서 문체가 국어 교과서에 나올 <동백꽃> 이런 느낌이 나는 한편, 일본어가 섞여 있어서 복잡한 감정이 들게 한다. 일본어 전공자이자 번역가로서 보는 재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말로만 듣던 창씨개명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다...그 민족 대정화? 아마도 이런 거였겠지. 씁쓸하다.

 

모든 장들이 하나하나 상세하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장이 있다. 마지막 장인 <폭풍의 역사>였던가. 그게 8.15 이후 광복을 다루는데 감히 당시의 생생함을 조금은 느꼈다고 말하고 싶다.

8.15 광복을 맞이했지만 변방 시골에서는 정보가 전해지는 것이 느리다. 그래서 일본 순사 같은 자들은 여전히 설쳐댈 수 있었고, 그들을 처리한 이후에도 행정은 여전히 엉망이어서 광복 이전과 이후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현실..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나라건 정권이건 바뀌더라도 당장 피지배층에게는 영향이 오지 않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요즘 같은 국제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아서 많이 상황이 좋아졌지만 당장 100년, 아니 7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정보 전해지는 게 엄청 더뎠을 테니.

 

이런 국산 소설들을 읽으면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한국 냄새 풀풀 나는 소설 특유의 향기가 있다. 이런 감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나 또한 인터넷에 굉장히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바로 공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읽다 보면 가끔 정말 빠져들 때가 있다. 몰입이나 공감일지, 그 상황을 제 3자로서 바라보게 되는 상상일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이런 소설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얼을 느끼게 한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맛이 있는 것 같다.

 

괜찮은 한국산 소설. 사실 이게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 지는 모르겠다. 서평에서 신변소설인가 수필인가 어쩌고 하던데 나는 이야기의 흐름을 느껴서 편의상 소설이라고 부르겠다.

그 때 그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한국산 소설. <안회남 선집>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