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적

윤지나 번역사님의 책 <일본어 번역 입문 초보 번역사들이 꼭 알아야 할 7가지> 감상 후기

초보 번역가인 나에게 일본어 번역입문 초보 번역사들이 꼭 알아야 할 7가지와 같은 책이 제격이라 생각해서 구매했다.

번역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은 2010년도 이전 것들은 너무 요즘 추세와 달라서 어지간히 평판 좋은 거 아니면 안 읽으려고 하는데 이 책은 마침 2010년도 이후였던 것 같다. 딱 2010년이구나ㅋㅋ

 

수많은 번역 서적..정확히는 번역가들의 자서전은 입 모아서 말하는 것이 있다.

 

직역보다 의역

그렇다, 의역이다. 물론 출판물 번역과 영상물 번역은 조금 상이할 수 있다. 나는 영상물 번역을 주로 하고 있어서 완전 똑같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큰 맥락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확성이 중시되는 번역과 자연스러움이 중시되는 번역으로 나뉜다고 하던데 이는 좋은 지적인 것 같다. 정확성 = 직역은 아니지만 전문 서적...세세한 카테고리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의학 서적 같은 학술 서적은 자연스러운 문맥보다 기술명, 전문용어 등을 도착어로 정확히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자연스러운 번역은 흔히들 생각하는 의역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런저런 번역 서적 읽으면서 또 가장 많이 느끼는 거는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이 어떻게 보면 용케도 번역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 말을 모르는 이에게 최대한 그 느낌을 살려서 전달하는 것'의 취지만 본다면 번역이든 통역이든 할 수 있겠지만, 번역에 무엇보다 꽂힌 이유도 노래가사의 진짜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전달하고 싶은 게 시발점이었으니.

목적만 본다면 나는 번역가와 잘 맞겠지만, 무엇보다 다른 점은 수많은 번역가 분들은 집콕족이 많다는 점이다. 물론 나도 좋아하하는 일을 지금은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집에만 있는 것도 견디지만, 본래 성질이 워낙 노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한 군데에만 있으면 정말 답답해 한다. 지금도 코로나 다시 심해져서 그나마 산책 제외하고 1주에 1번 이상 나가는 것도 자제해야 되나 싶어서 답답하다. 물론 그 외출도 친구 보는 것보다 먹을 거 사러(...) 조금 멀리 나가는 경우가 대다수.

아무튼 대부분의 번역가 분들은 집에 있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많더라. 자의반 타의반이든. 나는 굳이 꼽으면 타의가 더 큰 것 같다. 그 외에도 주부분들이 많더라. 보통 주부하면 집안일 때문인지 확실히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번역 일은 좋은 것 같다.

 

또 이 책 읽으면서 통번역 대학원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다. 물론 작가분이 경험했을 때까 00년대 초반에 어느 정도 회사 다니면서 번역 경력을 쌓다가, 본격적으로 하려고 통번역 대학원을 다녔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그래도 맨땅에 헤딩보다는 낫지 않을까. 번역은 사실 장소와 시간 뿐 아니라 연령과 성별도 중요하지 않으니까.

통번역 대학원 안 다녀도 된다고 온몸으로 증명하고 싶어 했지만 솔직히 기간에 비해 일을 많이 못했던 거 생각하면 진지하게 통번역 대학원을 고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 외에는 사설 아카데미에 등록해서 수강하는 것도 방법일 테고. 인맥 운운하기 전에 적어도 일감이 들어올 루트 하나 확보하는 것은 번역가에게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모든 번역가들이 공감할 것이다. 단 한 군데라도 적은 돈에 적은 일감이어도 안정적으로 들어는 게 얼마나 분에 겨운 행복인지를...

 

이외에도 내 고집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본 것 같다. 자신감만 있으면 무조건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대강 넘어가는 건 절대 안 된다. 어제 유튜브 자막 관련 기사 퍼오면서 내 생각도 잠시 썼는데, 사실 초창기의 나는 부끄럽지만 대강 넘어가려는 구석이 있었다. 변명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많이 부족했다. 결국 어떤 계기로 정신차리고 그 때부터는 검수도 대강대강 안 하고 엄청 꼼꼼하게 했다. 타인과 비교해서도 안 되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꼼꼼함을 소심함이라고 쓰고 있었다. 번역가는 집콕족이 많은 것도 그렇고 이런 부분은 역시 흥미롭다. 나는 좋게 말해도 소심함보다는 대범함이라고 쓰고 대강이라고 읽어야 하기 때문에ㅎㅎ..

 

어쨌든 지금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서 앞으로도 일을 많이 발굴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