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몽을 통해서 조선통신사 영상과 관련하여 한일 번역을 했다.
초상권 이런 것 때문에 캡처는 영상 맨 처음에 나오는 이것만 했다.
조선통신사 봉사활동 이력이 있었는데 조선통신사 영상번역을 하게 되어서 기분이 묘하더라...솔직히 말하면 감회가 새롭다. 매우 감사했다.
부산에 살고 있지만 집과 멀어서 평소에 가지 않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조선통신사 봉사활동 경험 덕에 조선통신사가 열리는 용두산공원 일대를 보고 '아 저기' 이러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쓰시마, 시모노세키, 가와고에, 그리고 사이타마 등 에도(현 동경)까지 조선통신사 행렬이 가는 것을 알 수 있는 뜻깊은 작업이었다.
조선통신사 행렬이 지나간 지역 중에는 일본 측에서 먼저 자발적으로 조선통신사 의상과 맞추어서 춤도 추고, 행렬을 맞이했다고 한다. 단순히 '몇백 년 동안 12차례 방문했다'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 기나긴 거리는 당시에는 몇 달 몇 년은 걸릴 거리였겠지.
'평화 사절단'이라는 이름하에 시민들은 즐겼고, 관계자들은 사명감을 띄고 열심히 일했다. 어느 시대던지 평화를 위한 움직임은 있었나 보다.
번역에 관해서는 다행히도 글자수 제한이 많지 않아서 편하게 썼던 것 같다. 그래도 걸리적거리는 말은 검수 과정에서 다시 거르고 걸렀다. 영상 번역은 깔끔하게 전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무엇보다도 한국인과 일본인이 모두 나오는 영상을 한일 번역으로 옮겼는데, 엄청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단순히 일본인 말은 그대로 옮기면 될 거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기 때문...한국인 말은 글과 자막으로 무난하게 옮길 수 있었는데, 일본인은 자막에서 나오지 않은 말 중에서 배속을 줄여도 바로바로 안 들리는 게 있어서 좀 고생했다...오히려 시간 더 걸린 것 같애...
항상 나에게는 확신이 필요했다.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실화를 표현한 모든 영상은 분명 사람이 하는 말이 있는 그대로 나오되, 자막은 가급적이면 필요한 말만 나올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여러 다큐멘터리와 교육/강의 등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이 말을 하면 본인 어투 습관이 그대로 나왔다, 국적 불문으로. 영상 보면서 거의 딱 한 사람만 자막과 큰 차이 없이 말을 했는데 그 분은 인터뷰어를 바라보다가도,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 했다. 아마도 긴장이나 실수 등을 염려해서 미리 대답할 것들을 써둔 것이 아닐까...횡설수설하게 대답하는 것보다 이렇게 미리 준비해 둔 대답이 실제로 훨씬 깔끔하게 들리니까. 괜히 연설할 때 대본을 보겠는가.
덕분에 영상 번역을 할 때는 '깔끔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목적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인 이상 그냥 말을 하면 말을 정말 여러가지 하게 된다. 글은 어디까지나 '글'이기 때문에 중요도가 떨어지는 말들은 재배치, 편집을 한다. 물론 편하게 올리는 댓글이나 짧은 글은 정리가 안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웹툰이나 만화보다도)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고.
자막 또한 마찬가지다. 말은 생각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정리되지 않고 풀어나오는 법이다. 괜히 PPT 발표나 연설 때도 대본을 준비하겠는가. 드라마랑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정말 자유롭게 말하는 것 같지만 말이 안 되는 잉여스러운 말은 이미 가지를 친 단계로 영상으로 송출할 테니까.
영상 번역가는 이 말들을 가독성을 고려하여 줄이되, 최대한 의미를 살려서 전달할 의무가 있다.
이번 상을 확신을 준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정말 즐겁게, 열심히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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